[서울 = 강단 콘텐츠팀] AI 기술로 특정인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복제하는 ‘딥페이크 보이스피싱’ 피해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이 집계한 올해 1분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AI 음성 복제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은 전년 동기 대비 3.2배 증가했으며, 피해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이 전체의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아들 목소리가 맞았다”, “딸의 말투까지 똑같았다”고 진술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 씨(67)는 “아들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합의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전화를 했다”며 “평소 아들이 전화할 때 쓰는 말버릇, 억양까지 똑같아 의심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한 통의 전화로 850만 원을 이체한 뒤에야 실제 아들에게 연락해 사기임을 알게 됐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관계자는 “SNS, 유튜브, 팟캐스트 등 인터넷에 공개된 3분 분량의 음성만 있으면 해당 인물의 목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자녀 세대가 SNS에 올린 영상이나 음성 데이터를 범죄자들이 수집해 무기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AI 음성 복제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누적 42억 원을 넘어섰다.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액도 전년 대비 1.6배 증가해 평균 830만 원에 달했다. 피해가 집중된 연령대는 60대(38%)와 70대(31%)로, 두 연령대가 전체 피해의 7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세대가 특히 취약한 이유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즉각적 반응 본능’을 꼽는다. 디지털 범죄 심리를 연구하는 한양대학교 심리학과 정민아 교수는 “자녀나 손자가 위기에 처했다는 신호를 받았을 때 60대 이상은 사실 확인보다 즉각 대응을 먼저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심리적 허점을 범죄자들이 정밀하게 파고든다”고 설명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AI 가족 목소리 사기’ 예방을 위해 가족끼리 ‘비밀 확인 코드’를 미리 정해두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가족에게 급하게 돈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미리 정한 단어나 질문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금전 요청 전화를 받으면 반드시 전화를 끊고 직접 가족에게 재연락하는 습관을 들일 것도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AI 음성 합성 서비스 제공 사업자에게 악용 방지 기술 적용 의무화를 추진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해외에서 운영되는 서비스에 대한 규제 실효성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