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강단 콘텐츠팀]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96곳(42.1%)이 AI 챗봇 기반 민원 처리 시스템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2026년 지방자치단체 디지털 행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AI 챗봇 도입 기관은 2024년 말 31곳에서 2년 사이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60세 이상 주민의 챗봇 이용률은 전체 이용자의 9.3%에 그쳐 접근성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안전부 스마트행정과 박정호 과장은 “AI 챗봇 도입 후 단순 민원 처리 시간이 평균 68% 단축됐고, 야간이나 주말에도 민원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디지털 취약계층, 특히 고령층이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AI 챗봇 민원 시스템 활용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인 인천시 남동구청은 올해 1분기 전체 민원의 53%를 챗봇이 1차 처리했다고 밝혔다. 쓰레기 배출 일정, 주차 과태료 납부 방법, 전입신고 구비 서류 등 반복성 민원이 주를 이뤘다. 남동구청 디지털행정팀 관계자는 “챗봇이 처리한 민원 중 89%는 담당자 연결 없이 자동으로 해결됐다”며 “직원들이 복잡한 민원에 집중할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반면 65세 이상 주민 비율이 40%를 넘는 전남 일부 군 지역에서는 챗봇 도입 후 오히려 주민 불만이 높아진 사례도 보고됐다. 전남 고흥군 관계자는 “챗봇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 그냥 전화기를 끊어버리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민원을 해결하러 왔다가 되레 막혀버린 경험을 한 분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음성 인식 기능 강화와 쉬운 언어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이재현 교수는 “AI 챗봇이 문자 입력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 고령층 진입 장벽의 핵심 원인”이라며 “전화 통화처럼 말로 묻고 답하는 음성 기반 민원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실질적 포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AI 챗봇 시스템에 ‘시니어 모드’ 도입을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도입 기관에는 운영 보조금을 별도 지원할 방침이다. 시니어 모드는 큰 글씨, 음성 안내, 단계별 쉬운 설명을 기본 적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한편 AI 챗봇을 아직 도입하지 않은 132개 기초자치단체 중 74%는 예산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행정안전부는 내년까지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AI 챗봇 도입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