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강단 콘텐츠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15년을 근무한 과장 출신 김민준(48) 씨는 2024년 8월 사직서를 냈다. 연봉 8,500만 원에 각종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 직장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떠났다. 1년 반이 지난 현재 그는 AI·데이터 분야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며 월 평균 30여 개 강의를 소화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그는 “지금이 훨씬 더 살아있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커리어 전환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부서 신입 교육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가르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의 자료 만들고 성과 지표 채우는 일이 아닌, 누군가 제 설명을 들으며 ‘아, 이제 알았다’고 하는 표정을 볼 때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강사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퇴사가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다. 퇴사 전 2년간 주말마다 외부 기업 특강과 대학 평생교육원 강의를 병행했다. 강사 등록, 교안 제작, 수강생 피드백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퇴사 시점에는 이미 월 정기 강의 의뢰처가 5곳 확보되어 있었다. “준비 없는 탈출이 아니라 다음 활주로를 충분히 닦은 뒤 이륙했다”고 그는 표현했다.

전직 대기업 엔지니어라는 경력은 강사 시장에서 예상보다 큰 무기가 됐다. 특히 제조업·IT 기업 임직원 대상 AI 활용 교육에서 “실무에서 직접 겪은 사람이 가르친다”는 신뢰가 수강생들에게 강하게 작용했다. 현장에서 쓰이는 언어와 사례로 설명하는 방식이 이론 중심 강의와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김 씨는 강사 전환 초기 수입 불안정 문제를 솔직히 인정했다. “첫 3개월은 전 직장 퇴직금을 건드려야 했습니다. 수입이 들쑥날쑥해서 고정 지출 구조부터 바꿨습니다.” 그러나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재계약이 이어지고 소개가 소개를 낳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현재는 기업·공공기관·대학 등 총 12곳의 고정 강의처를 확보하고 있다.

강의 분야도 점점 세분화됐다. 초기에는 ‘직장인을 위한 ChatGPT 입문’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파이썬 데이터 분석 기초, 비엔지니어를 위한 AI 리터러시 등 5가지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강의 플랫폼에 온라인 강의도 출시할 계획이다.

커리어 전환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그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강사를 낭만적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강의 준비, 콘텐츠 업데이트, 자기 홍보, 세금 신고까지 혼자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 시간을 내가 설계할 수 있다는 자유, 그리고 누군가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보람은 어떤 월급으로도 살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 한두 시간만 강의 사이드잡으로 시작해보라”고 덧붙였다.

그의 다음 목표는 강사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다. “저처럼 현장 경험은 풍부하지만 가르치는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지식을 세상에 꺼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기업 과장에서 강사로, 이제는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자로 진화하는 김민준 씨의 커리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