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강단 콘텐츠팀] 5대 시중 은행의 지점 수가 최근 3년간 15% 이상 감소하고, ATM 수도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 이용에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소비자원이 지난 15일 공개한 ‘고령층 금융 접근성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응답자의 62%가 “지난 1년간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꼽힌 어려움은 ‘가까운 은행 지점이 없어짐’(41%), ‘모바일 앱 사용 방법을 모름’(38%), ‘앱에서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려움’(29%) 순이었다. 응답자 중 78세 최모 씨는 “30년 넘게 다니던 지점이 없어졌는데 앱으로 하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며 “글자도 작고 눌러야 할 게 너무 많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박성민 원장은 “은행들이 수익성 논리로 오프라인 채널을 빠르게 줄이고 있는데, 그 비용이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접근성은 기본권에 가까운 문제로, 디지털 전환 속도와 취약계층 보호 사이의 균형을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지점 운영 비용이 온라인 채널의 수십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모든 지점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신 시니어 고객을 위한 전담 직원 배치, 전화 상담 강화 등을 통해 접근성을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실상은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경로당을 운영하는 이병준 씨(62)는 “은행에 전화하면 자동 응답기로 돌리고, 간단한 문의에도 앱을 쓰라는 안내만 반복된다”며 “어르신들이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부터 고령자 대상 금융 서비스 접근성 기준을 강화한 ‘고령 친화 금융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지점 폐쇄 시 반경 2km 이내 대체 점포 확보 의무화, 모바일 앱 시니어 모드 제공, 전용 상담 전화 운영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강제력이 약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고령층 금융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교육과 접근성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앱을 쉽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어르신들이 직접 배울 수 있는 금융 기관 내 교육 창구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