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강단 콘텐츠팀]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진단보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 가운데, 임상 적용 결과 평균 진단 정확도가 9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17일 공동 발표한 ‘2025~2026 AI 의료 실증 사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 10개 상급종합병원에서 AI 진단보조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으며, 흉부 CT와 안저 촬영 이미지 판독 분야에서 특히 높은 성능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폐암 조기 진단 분야에서 AI 보조 판독의 민감도는 94.3%, 특이도는 92.1%로 집계됐다. 숙련된 영상의학과 전문의 단독 판독(민감도 89.7%) 대비 약 5%포인트 향상된 수치다. 또한 AI가 의심 소견을 먼저 플래그하면서 판독 시간도 케이스당 평균 38%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정태환 교수는 “AI 시스템이 야간이나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이미지를 분석해 응급 상황에서 놓칠 수 있는 소견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면서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고 안전망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AI 진단보조 시스템은 흉부 X선·CT 외에도 당뇨 망막병증 진단, 피부암 스크리닝, 대장내시경 폴립 검출 분야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장내시경 폴립 검출 분야에서는 AI 보조 사용 시 검출률이 기존 대비 26% 향상되었다는 임상 데이터가 확인됐다.

그러나 대형병원 중심의 AI 의료 기술 도입이 지역 의료기관과의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 중 AI 진단보조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상급종합병원의 75%에 달하지만, 지역 종합병원은 23%, 의원급은 3.2%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입 비용이 최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점이 주된 장벽으로 지목됐다.

대한의사협회 디지털헬스위원회 박승호 위원장은 “AI 의료 기술이 대형병원에 집중되면 의료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중소 의료기관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보조금 체계와 클라우드 기반 공유 인프라를 구축해야 지역 어디서나 같은 수준의 AI 진단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의료계에서는 AI 진단의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AI가 판독 과정에서 오진을 보조한 경우 책임이 의사에게 있는지, 시스템 개발사에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아직 모호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AI 의료기기 임상 책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전국 500개 지역 의료기관에 AI 진단보조 시스템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총 2,3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을 통해 중소 의료기관도 고가 장비 없이 AI 진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