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강단 콘텐츠팀]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오프라인 지점과 창구 수를 잇따라 줄이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지점 수는 2022년 4,812개에서 2026년 3월 현재 3,947개로 4년 만에 18% 가까이 줄었다.
창구 직원 수 감소도 가파르다. 같은 기간 은행 창구 직원은 5만 3천 명에서 4만 1천 명으로 줄었고, 일부 지점은 무인 자동화 기기(STM)만 운영하는 ‘미니 지점’으로 전환됐다. 고령 고객이 많이 찾는 읍·면 단위 지방 지점의 폐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농촌 시니어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75세 이모 씨는 “근처 은행 지점이 없어지면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30분 넘게 가야 통장 정리와 공과금 납부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스마트폰 앱은 글씨도 작고 화면도 복잡해서 잘못 누르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사용하기 무섭다”고 토로했다.
시니어 금융권익 단체인 ‘고령소비자금융연대’ 홍성태 대표는 “은행들이 비용 절감 명목으로 지점을 폐쇄하면서 디지털 소외 계층인 시니어들을 금융 접근권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금융은 기본 생활 인프라”라며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지점을 닫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주장했다.
은행권은 모바일 뱅킹 이용률이 전체 거래의 87%를 넘어선 상황에서 물리적 지점 유지가 경영상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 유지 비용이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며, 이는 결국 전체 고객의 금융 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면서 “다만 시니어 고객 지원을 위해 ‘찾아가는 은행’ 서비스와 전화 상담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고령자 금융 접근성 개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태스크포스는 은행 지점 최소 유지 기준 마련, 시니어 전용 창구 의무화, ATM·STM 음성 안내 기능 강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여야 의원 15명이 공동 발의한 ‘금융서비스 접근 형평성 보장법안’은 인구 5천 명 이상 지역에 최소 1개 이상의 은행 유인 창구를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다음 달 국회 정무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의 속도와 시니어 적응 속도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시니어 친화적 UI 개선과 대면 서비스 최소 기준 법제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금융 교육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사회적 의제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