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고령화를 ‘위기’와 ‘부담’의 언어로 표현해왔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복지 비용이 늘어난다는 경제적 우려가 담론을 지배했다. 그러나 이 시각은 시니어 세대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원, 즉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계산에서 지워버린다.
현장에서 30년을 일한 사람이 은퇴한다는 것은 단순히 노동력 하나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판단력, 인간관계를 다루는 지혜,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경험치가 함께 사라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은 그 자원을 다음 세대와 연결하는 구조다.
디지털 기술, 특히 AI 도구의 확산은 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AI를 활용할 줄 아는 시니어는 체력적 한계를 보완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글쓰기에 AI를 활용하면 평생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체계적인 콘텐츠로 만들 수 있고, 화상회의 도구로 전국 어디서든 강의하고 멘토링을 할 수 있다.
우리 취재 현장에서 만난 67세 강사 박모 씨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35년간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한 그는 은퇴 후 ‘AI 도구로 사업 설명서 쓰기’를 배웠고, 이제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유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평생 몸으로 익힌 걸 이제야 말로 제대로 전할 수 있게 됐다”는 그의 말은 시니어 세대에게 디지털 역량이 어떤 의미인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문제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시와 농촌,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에 따라 AI 교육에 접근하는 기회가 크게 갈린다. 시니어를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사회적 의지가 있다면, 그 의지는 기회의 균등화로 실현돼야 한다. 관심 있는 사람에게만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찾아가서, 반복적으로, 그 사람의 삶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언론도 시니어를 바라보는 언어를 바꿔야 한다. ‘노인 문제’, ‘고령화 부담’ 같은 표현은 자기 실현적 예언처럼 작동한다. 그 언어를 반복적으로 듣는 시니어 세대 스스로도 자신을 사회의 짐으로 여기게 만든다. 대신 ‘시니어 전문가’, ‘경험 자산’, ‘디지털 전환 파트너’ 같은 언어로 이 세대를 재정의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강단이 AI·교육·시니어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현장을 기록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